이탈리아 와인을 떠올리면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 피에몬테의 네비올로처럼 널리 알려진 품종이 가장 먼저 생각나곤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토착 품종을 보유한 나라답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뛰어난 개성을 지닌 와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Lacrima di Morro d’Alba)**다. 이번에 소개할 벨레노시(Velenosi)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 2021은 이 드문 품종의 매력을 가장 순수하게 보여주는 와인으로,향과 맛에서 독보적인 개성을 선사한다.
<라크리마 품종의 기원과 특징>
라크리마(Lacrima)는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Marche) 지방에서만 재배되는 토착 적포도 품종이다.
이름인 ‘라크리마’는 이탈리아어로 ‘눈물’을 의미하는데, 포도 껍질이 얇아 익어갈수록 껍질에서 맺히는 작은 물방울 모양의 즙 방울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라크리마의 향이 너무 강렬해 감정을 울리는 듯 눈물을 자아낸다고도 한다.
그만큼 라크리마는 향에서 압도적인 개성을 드러내며, 특히 장미, 제비꽃, 자스민 같은 화려한 플로럴 아로마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개성 덕분에 라크리마는 종종 ‘마시기 전에 향만으로도 사랑에 빠지는 와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생산지 – 모로 달바>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 DOC는 아드리아 해 인근 마르케 지역의 작은 마을 모로 달바(Morro d’Alba)를 중심으로 지정된 원산지 명칭이다. 이 지역은 해풍과 내륙의 산악 기후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포도에 풍부한 아로마와 적절한 산도를 부여한다. 대체로 점토와 석회질이 혼합된 토양에서 재배되며, 토양의 배수성이 뛰어나 향을 응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벨레노시 와이너리>
벨레노시는 1984년 안젤라 벨레노시(Angela Velenosi)와 에르콜레 비키(Ercole Vici)에 의해 설립된 비교적 젊은 와이너리다.
하지만 불과 4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마르케와 아브루초 지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생산자로 성장했다.
벨레노시의 와인은 항상 토착 품종의 매력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며, 전통적인 양조 방식과 현대 기술의 균형을 잘 보여준다.
<테이스팅 노트 – 벨레노시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 2021>
잔에 따르면 짙은 루비 레드 색이 맑고 선명하게 빛난다. 향에서는 예상대로 장미 꽃잎, 제비꽃, 라벤더, 자스민 같은 플로럴 아로마가 먼저 터져 나오며, 이어서 잘 익은 체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같은 붉은 과실 향이 따라온다.
여기에 후추와 시나몬 같은 은은한 스파이스 노트가 복합성을 더한다.
입 안에서는 중간 바디로 부드럽게 다가오며, 신선한 산미가 꽃향기와 어우러져 경쾌함을 선사한다.
타닌은 실키하고 가볍게 깔리며, 과실향과 꽃향기가 균형 있게 입안을 감돈다.
피니시는 길지 않지만 섬세한 꽃향기가 은은히 남아 와인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각인시킨다.
<음식 페어링>
벨레노시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 2021은 향의 화려함과 가벼운 바디 덕분에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특히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 허브를 넣은 로스트 치킨, 부드러운 리소토 같은 이탈리아 가정식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또한 아시아 요리와도 surprisingly 잘 맞는데, 매콤한 불고기, 간장 양념 닭구이, 심지어 약간 매운 한국식 전골류와도 독특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꽃향기가 강해 치즈와의 궁합도 뛰어난데, 특히 부드러운 브리나 크레미한 카망베르 같은 치즈와 매칭하면 라크리마의 매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와인의 가치>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는 생산량이 극히 제한적이라 세계적으로도 흔히 접하기 어렵다.
하지만 벨레노시 같은 생산자 덕분에 최근 조금씩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탈리아 토착 품종의 다양성을 체험하고 싶은 와인 애호가라면 꼭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2021 빈티지는 좋은 기후 조건 덕분에 포도의 익음이 안정적이었고, 향의 집중도와 신선함이 조화를 이룬 해로 평가된다.
<마무리>
벨레노시 라크리마 디 모로 달바 2021은 흔히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이탈리아 와인을 찾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선택이다.
장미 향이 가득한 독특한 아로마, 신선하고 매혹적인 풍미, 그리고 드문 토착 품종이라는 스토리까지 갖춘 이 와인은 테이블 위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와인을 향으로 즐기고 싶다면, 이 와인이야말로 ‘눈물처럼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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