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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

신퀀타 꼴레지오네 - 이탈리아 남부의 품격을 담다

by 오슬이 2025. 9. 11.

이탈리아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북부 알프스 기슭의 프레시한 화이트에서부터 남부 지중해의 태양을 머금은 진득한 레드까지,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뚜렷한 개성과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퀀타 꼴레지오네(Cinquant’Anni Collezione)**는 푸글리아(Puglia) 지역을 대표하는 프리미티보(Primitivo)와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품종의 조화를 극대화한 와인으로, 최근 국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레드 와인이다.

<와인의 배경과 철학>

신퀀타 꼴레지오네는 산 마르짜노(San Marzano) 와이너리에서 생산된다. 산 마르짜노는 1962년, 19명의 와인 재배자가 모여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한 이탈리아 남부 푸글리아의 대표적인 생산자다. 현재는 1200명 이상의 조합원이 함께 포도를 재배하며, 전통적 양조 기법과 현대적 와인메이킹 기술을 접목하여 이탈리아 남부 와인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Cinquant’Anni’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50년”**을 뜻한다. 이는 산 마르짜노 와이너리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비적으로 출시한 시리즈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순히 숫자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반세기 동안 이어온 전통과 장인정신, 그리고 시간이 쌓아온 노하우가 응축된 와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용 품종 – 프리미티보와 네그로아마로

신퀀타 꼴레지오네의 가장 큰 매력은 두 품종의 완벽한 조화다.
• 프리미티보(Primitivo) : 미국의 진판델(Zinfandel)과 같은 DNA를 가진 품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푸글리아 지역의 대표 품종이다. 높은 당도를 자랑해 알코올 도수가 높고, 잘 익은 검은 과일 향과 스파이시함이 특징이다.
•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 ‘검다(Negro)’와 ‘쓰다(Amaro)’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짙은 색감과 약간의 쌉싸래한 풍미가 특징이다. 허브와 담배, 흙 내음을 동반하며 프리미티보의 단맛을 잡아주는 균형 역할을 한다.

이 두 품종이 블렌딩 되면서 진득한 과실미와 우아한 쓴맛의 밸런스가 이루어지고, 단순히 달콤하거나 무겁지 않은 세련된 레드 와인이 탄생한다.

<양조 방식과 숙성>

산 마르짜노는 신퀀타 꼴레지오네를 양조할 때 포도의 완숙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수확 시기를 늦추는 방식(late harvest)**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포도는 높은 당도와 농축미를 얻게 되고, 와인은 풍부한 바디감을 갖게 된다. 양조 후에는 프랑스산 및 미국산 오크통에서 장기간 숙성하여 바닐라, 코코아, 스파이스 노트가 입혀진다.

이 숙성 과정은 와인에 깊은 구조감과 긴 피니시를 부여한다. 특히 오크 숙성에서 오는 바닐라와 다크 초콜릿 뉘앙스가 블랙베리, 자두 같은 과실향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풍미를 완성한다.

<테이스팅 노트>


• 색상 : 잉크빛에 가까운 짙은 루비 컬러.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자리에 가넷톤이 보이기도 한다.
• 향 : 잘 익은 블랙체리, 자두, 건포도 같은 풍성한 검은 과일향이 먼저 다가온다. 이어서 담뱃잎, 커피, 다크 초콜릿, 바닐라, 스파이시한 후추 향이 복합적으로 피어난다.
• 맛 : 첫 모금에서 느껴지는 것은 강렬한 과실미와 함께 농밀한 질감이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블랙베리와 자두 풍미 뒤에는 감초, 허브, 오크에서 오는 코코아 뉘앙스가 이어진다. 탄탄한 타닌이 존재하지만 매끄럽게 다듬어져 부드럽게 넘어가며, 알코올 도수(약 14~15%)에서 오는 따뜻한 볼륨감이 전체적으로 와인을 감싸준다.
• 피니시 : 길고 지속적이며, 과실 향과 스파이스가 입 안에 오래 남는다.


<음식 페어링>


신퀀타 꼴레지오네는 강렬한 바디와 풍부한 풍미 덕분에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특히 지방이 풍부한 육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 스테이크, 양고기, 바비큐 : 육즙이 풍부한 고기 요리와 타닌이 만나 균형을 이룬다.
• 이탈리아식 토마토 소스 파스타 : 토마토의 산미와 와인의 농밀함이 상호 보완적이다.
• 숙성 치즈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페코리노 같은 치즈와 곁들이면 와인의 복합미가 더욱 도드라진다.

<총평>

신퀀타 꼴레지오네는 단순히 ‘잘 만든 남부 이탈리아 와인’에 머물지 않는다.

반세기의 역사와 장인정신이 담긴, 브랜드 철학을 상징하는 와인이다.

프리미티보의 관능적 과실미와 네그로아마로의 쌉싸래한 매력이 조화를 이루며,

오크 숙성을 통해 세련되고 국제적인 스타일로 완성됐다.

특히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대를 고려하면 가성비가 뛰어나면서도 프리미엄 와인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와인 애호가들에게 큰 매력을 준다. 와인 초보자에게는 이탈리아 남부 와인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교본 같은 와인이고, 경험 많은 애호가에게는 집에 두고 오래 즐기기에 손색없는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신퀀타 꼴레지오네는 ‘한 병으로 푸글리아의 태양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라 평가할 수 있다.